4월 5일은 절기상 청명이며 식목일이다. 그리고 우리 부부가 만난지 39주년이 되는 날이다. 그동안 별 이벤트 없이 지나왔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다음날 오전 아내 치료 때문에 병원에 들린 후 바로 강릉을 향해 출발했다.

평일이라 그런지 길은 막히지 않았다 그러나 강릉으로 가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다. 가면서 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 나는 오죽헌이나 경포대를 원했지만 아내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강릉 톨게이트를 빠져 나왔다. 차안에서 강릉 카페거리를 검색한 후 그 방향으로 차를 몰았다. 날씨가 썩 좋지 않았다. 바람이 불고 봄 날씨가 아니었다. 강릉항 카페거리(강릉시 창해로 17번길)에 도착했다. 바람이 불어 그런지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넓은 모래 사장, 푸른 바다의 파도가 넘실거렸다. 바람이 심하게 불어 차의 문을 여니 문이 날아갈 것만 같았다. 내리지도 못하고 차안에서 바깥을 보니 전혀 실감이 나지 않았다.

▲ 바람이 심해 한산한 거리가 을씨년스럽다

파도만 넘실댈 뿐 갈매기들도 많지 않았다. 강릉은 커피도시를 떠올리게 하는 아이콘이 되었지만 사람이 적은 것은 오히려 을씨년스러운 날씨 탓이었다. 그래도 프렌차이즈 카페들과는 구분되는 아름다운 외관, 1층의 야외 테라스, 2층의 해변 뷰, 3층의 또 다른 야외 테라스는 색다름을 말해 주고 있었다.

▲ 안목 해변의 카페거리

이곳 안목해변을 지나 창해로를 거쳐 경포해변으로 향하였다. 강릉 경포벚꽃축제(2018. 4.6-12) 첫날이었다. 아직 축제 개막식이 아니어서 준비가 한창이었다. 오래전에 왔었던 그 경포대를 생각하게 했다. 주변의 모습은 그때와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낮이라 그런지 축제가 열리는 주변은 사람들도 적었다. 수원 경기도청의 벚꽃축제, 광교산 마루길의 벚꽃축제와는 규모나 내용 면에서 비교할 수는 없었다. 경찰을 비롯하여 모범 운전자들이 교통질서를 안내하고 있었다. 바람 때문에 벚꽃 고유의 자태가 아니었다. 금방이라도 다 떨어질 것 같이 보였다.

▲ 주문진항에서의 저녁식사 대게

아내의 말대로 강릉항으로 차를 돌렸다. 아내는 생선회를 무척 좋아한다. 그러나 강릉항은 주문진이나 속초보다 회를 먹을 곳이 많지 않아 다시 돌아왔던 길인 주문진으로 향했다. 차안에서 맛집을 검색하여 주문진에 있는 대게집을 찾았다. 꽤 이름이 알려진 곳이었다. 저녁 식사하기에는 약간 이른 시간이었지만 손님들은 많은 편이었다. 대게 두 마리를 골랐다. 가격이 보통이 아니었다. 나는 대게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아내는 너무나 좋아한다. 주변에는 젊은 부부, 가족 단위로 와서 대게를 맛있게 먹고 있었다. 먹는데 불편이 없도록 잘 다듬어서 가져왔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다 먹을 수가 있었다.

▲ 고요하고 평화롭기만 한 주문진항

장거리를 운전하여 피곤하기도 하고 아내 또한 치료를 받았기 때문에 제대로 앉기도 어려운 상태였다. 이제 쉴 곳을 찾아야 한다. 차안에서 검색을 하여 콘도로 향했다. 식사한 곳에서 가까운 거리였지만 주변은 컴컴하여 찾기도 어려웠다. 도시속의 삭막함과 적막함이 스며들었다. 다시 검색하여 한 호텔을 찾았다. 9층인데 전망이 좋고 난방이 잘 되는 괜찮은 곳이었다. “요즈음은 숙박시설이 너무도 좋다. 항구의 주변에 이런 좋은 시설이 있담, 가격도 무난하고 ...” 혼자말로 중얼거렸다.

▲ 호텔에서 내다본 아침의 바다풍경

강릉시는 한반도의 허리이며 태백산맥 동쪽 중앙에 위치하고 있다. 동쪽으로는 동해바다, 서쪽으로는 홍천군 내면, 평창군 진부면과 대관령면, 남쪽으로는 동해시 일원, 정선군 임계면과 북면에 접하고 있으며, 북쪽으로는 양양군 현북면과 현남면에 도내 5개 시군과 경계를 이루고 있다. 인구는 2017년 말 기준으로 23만여 명이다. 그런데 강릉보다는 주문진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아침 8시경에 일어나 식사할 곳을 검색했다. 호텔에서 가까운 거리에 꽤 이름난 맛집이 있었다. 셑팅 요리를 시켰다. 황태 해장국도 시켰다. KBS에서 방영한 바 있는 이름난 곳이라 그런지 가격이 저렴하지 않았다. 다 먹은 후의 아내의 표정은 대만족스러운 눈치였다.

수원으로 오는 길에 휴게소에 비교적 많이 들렀다. 휴게소에서 통감자를 샀다. 강원도하면 감자가 특산물이어서 먹어보고 싶었다. 고속도로에선 때 아닌 눈발이 날렸다. 이미 밤사이에 눈이 많이 내려 겨울 풍경을 그대로 볼 수 있었다. 참으로 위험한 곳, 바람도 심하게 불었다. 초겨울의 날씨였다.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의 여행이었지만 그래도 감사할 일이다. 강원도와 경기도는 기후뿐만 아니라 다른 것이 너무도 많았다. 강원도에서 경기도의 경계를 지나자 약간은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나이 들어 갈수록 건강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아내와의 색다른 여행은 이렇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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