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15일(일) 파로호가 숨겨둔 아름다운 산골 ’비수구미마을‘과 '평화의 댐'을 다녀왔다.

감곡이 고향인 길동무 둘레길 동호인 47명은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오전 7시에 모여 서울춘천고속도로를 타고 강촌터널 앞 공원으로 가 아침 식사를 했다. 오전 10시 20분경 화천 해오름 휴게소에 도착한 일행은 해산터널 앞 해산령 쉼터에서 단체사진을 찍었다.

▲ 해오름 휴게소 해산터널 앞

해발 700m 높이에 위치한 해산터널은 비수구미 마을로 가는 산책로가 시작되는 곳이다. 해산터널은 1986년도 아시안게임을 기념하여 1,986m로 조성된 최북단 최고봉 최장(1986m) 터널이다.

비수구미마을은 아흔아홉 구비 산길을 넘어 호수까지 건너야 나오는 오지 마을이다. 화천에서 평화의 댐으로 가는 길목에 우뚝 솟은 해산(1194m)의 동쪽 자락에 있다. 화천 내에서도 오염되지 않은 청정자연을 보유하고 있으며 북한강 상류 평화의 댐 근처에 자리한 자연이 숨겨 둔 속살과 같은 청청수가 흐르는 곳이다.

▲ 비수구미 마을 가는길

비수구미는 미소고미가 발음하기 쉽게 변하여 비수구미가 되었다고 한다. ‘신비의 물이 만든 아홉 가지 아름다움’ 이라 하여 비수구미라는 설도 있다, 파로호가 감춰둔 비수구미마을은 화천댐이 생기면서부터 육로가 막혀 오지 중의 오지가 되어 ’육지 속의 섬마을‘이라 불리기도 한다.

비수구미는 6.25 전쟁 후 피난 온 사람들이 정착하여 화전 밭을 일구며 살기 시작하면서 형성된 마을이다. 한 때는 100여 가구가 살았었지만 70년대부터 화전민 정리정책으로 하나둘 도시로 빠져나갔다. 그동안은 단 세 가구가 이곳을 지키고 있었는데 최근에 두 가구가 귀촌해 다섯 가구로 늘었다.

▲ 비수구미마을

우린 대형버스를 타고 좁고 좁은 비포장도로를 따라 비수구미마을 초입인 싸리골까지 들어갔다.

싸리골은 배도 탈 수 있는 곳인데, 그곳에서 일행은 내리고 버스는 돌리지를 못해 후진해서 나갔다. 이날 따라 자가용 여러대가 주차해 있었기 때문에 공간이 비좁았기 때문이다. 비수구미는 배를 타고 들어갈 수도 있고 차로도 다닐 수는 있는데 차편은 주민과 사전에 연락을 취해야 가능하다.

▲ 비수구미 흔들다리

여기서 짐을 들은 일행은 비수구미 식당을 운영하는 장복동(51세)씨의 능선을 타고 비수구미로 들어갔다. 그외 일행은 산길을 따라 계곡을 끼고 걸었다. 나무숲 사이로 보이는 파로호는 초록빛 물색으로 아름다웠고 시원스레 달리는 선박이 눈길을 끌었다. 산길은 두어 곳 가파른 구간을 빼면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는 길이다. 마을이 보이는 입구에는 비수구미 다리가 현수교처럼 높게 설치돼 있었다. 마을까지는 약 30분 소요됐다.

▲ 파로호

파로호는 1943년 일제강점기 화천수력발전소의 건설로 만들어진 인공호수다. ‘오랑캐를 무찌른 호수’란 의미로 중공군 3만 명을 전멸 시켰다는 승전보에 따라 고 이승만 대통령이 파로호라고 명명 했다. DMZ 구간이 멀지 않는 화천 파로호에는 낚시꾼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 비수구미마을 계곡

비수구미 식당에 짐을 푼 우린 계곡물에 발을 담갔다, 계곡물은 차디찼고 더위도 금방 식으며 피로가 풀렸다. 어릴적 고향 청미천 개울에서 물장난도 치며 놀던 생각에 서로 물을 끼얹으며 놀았다. 식당에서 배달해온 빈대떡과 도토리묵을 안주삼아 고향에서 가져온 약주를 마셨다,

비수구미 식당은 KBS1 '인간극장'에도 나온 적 있는 민박집이다. 방송에서 소개된 이후 몰려드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장윤일(77세), 김영순(66세) 부부가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식당을 시작한지는 올해로 40여 년 째이고 최근에는 장남부부와 함께 운영하며 이날은 타지에 나가있던 손녀, 손주들까지 와서 식당일을 도왔다.

▲ 비수구미 식당 장독대

야외에 설치된 주방에서 토종닭으로 백숙과 닭도리탕을 준비하던 김영순씨에게 궁금한 점을 물으니 "사남매를 두었는데 오늘은 손주들까지 와서 도와주고 있어요. 가을이면 더 바빠지지만 겨울에는 잠시 쉽니다. 산위에서 흘러나오는 물로 음식을 만들고 씻지요. 장독대의 장은 제가 담은 것입니다."고 친절하게 대답해 줬다,

우린 산채비빔밥과 백숙, 닭도리탕을 맛있게 먹고 가져온 괴산대학옥수수와 수박을 먹었다. 늦은 점심 식사를 마치고 평화의 댐으로 이동했다. 식당은 11월 말부터 4월까지는 임시휴업이다.

▲ 물, 자연, 사람이라는 글의 뜻을 배경으로 사진촬영

평화의 댐은 양구군 방산면 천미리와 화천군 화천읍 동촌리에 걸쳐있는 댐이다. 총 길이 601m, 높이 125m, 최대 저수량 26억 톤으로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댐이다. 이 댐은 다른 댐들과 다르게 수문이 없다. 수문대신 위쪽에 4개의 동그란 터널을 만들어 놨다. 그곳 터널로 물이 차지 않게 파로호로 방류해 주고 있다.

이 댐은 1980년대 북한의 금강산댐의 대응 댐으로 건설됐다. 북한이 북한강 상류에 거대한 금강산댐을 건설하자 이를 수공에 이용할 것을 우려하여 5공화국 정부는 국민의 성금을 걷어 평화의 댐을 건설했다. 이 댐은 댐으로서의 기능을 위해 쌓은 것이 아니라 단지 금강산댐의 붕괴 시 이 물을 막기 위해 쌓은 물막이 댐이다. 2000년대에 들어서 금강산댐의 안전도가 다시 문제가 되면서 평화의 댐을 보강하는 작업이 다시 시작되었으며, 이 평화의 댐이 홍수조절 기능이 가능한 것으로 밝혀졌다.

▲ 세계 평화의 종

이곳에는 '세계 평화의 종 공원'이 있다. 평화의 종은 29개국의 분쟁 현장과 6.25전쟁 당시 사용된 탄피를 모아 만들어진 무게 1만 관(37.5톤)의 초대형 범종으로 우리나라의 종들 중에서 최고로 큰 종이다.

평화를 위해서 만든 종으로 원료는 4년간 29개국의 분쟁현장에서 모은 탄피와 6.25당시 사용했던 탄피를 녹여서 제작했다고 한다. 평화의 종은 남북통일과 세계 평화를 염원하는 뜻을 담아 2009년 조성됐다. 종 옆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롯해 역대 노벨평화상 수상자들의 얼굴 동판이 새겨져 있다,

세계평화의 종으로 지구상에서 3번째로 큰 종이며 소리를 낼 수 있는 것으로는 첫 번째라고 한다. 종소리가 얼마나 웅장한지 계곡을 흔들고도 멀리멀리 번져나간다고 한다. 지구상 모든 분쟁의 종식과 세계평화 그리고 생명을 향한 인류의 간절한 외침이 이곳에서 공명하여 전 지구촌에 울려 퍼질 것이다.

▲ 평화의 종 옆에 역대 노벨평화상 수상자들의 얼굴 동판이 새겨져 있다.

한편 화천읍 동촌2리 비수구미 마을은 국내 최대 광릉요강꽃 군락지로 알려졌다. 멸종위기 1급인 광릉요강꽃이 현재 이곳에서 1000여 촉이 넘게 군락을 형성하고 있다. 이곳의 광릉요강꽃은 1989년 평화의 댐 1단계 공사장 진입로 인근에서 비수구미 식당을 운영하는 장윤일(77세)씨에 의해 발견됐다. 1촉에 불과하던 광릉요강 꽃은 장씨의 정성스러운 보호 아래 뿌리번식을 통해 개체 수를 불려 지금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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